미국과 ‘상호관세’ 협상 중인 대만의 통화가치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대만달러는 지난 2일과 5일 이틀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 대비 약 8%의 가치 상승을 기록했다. 5일 외환시장에서 대만달러는 장중 한때 4% 이상 급등하며 달러당 29.5대만달러 수준까지 강세를 보였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이며, 특히 2일의 3.07% 상승률은 1993년 공식 통계 집계 이후 30여 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라고 대만중앙통신(CNA)은 전했다.
이러한 대만달러의 급격한 강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최근 미국과 대만 간의 상호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만 정부가 통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대만이 관세에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대가로 달러화 약세-대만달러 강세를 받아들이기로 합의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대만 협상 대표단은 지난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 측과 1차 협상을 했다고 밝혔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외국 자본이 대만으로 유입되고 대만 수출기업들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대만달러 강세가 가속화됐다는 분석이다.
대만달러 가치의 급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만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KGI투자자문에 따르면 대만달러가 약 10% 상승할 경우 상장사들의 매출총이익은 평균 4~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엔비디아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의 한 업체 임원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수출에 의존하고 달러로 무역하는 공급업체들에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대만달러 가치 급등으로 대만에서는 주요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락했으며, 환전 수요가 몰리면서 캐세이유나이티드은행 등 여러 대만 은행의 앱 접속이 중단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시장 혼란이 커지자 대만 당국은 적극적인 진화에 나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5일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원인은 환율과 아무 관련이 없기 때문에 대만과 미국의 협상에서 환율 문제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악의적인 사람들에게 고의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양진룽 대만 중앙은행 총재도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은행은 대만과 미국 간 무역협상에 참여하지 않았고 양국 협상에서 환율이 논의되지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만약 환율이 논의 주제였다면 중앙은행에서 참석했을 것”이라며 “지난 이틀간 비정상적인 상황이 여기서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대만 중앙은행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유진 차이 대만 중앙은행 외환국장은 “수출업체와 해외 투자자들에 달러 매도 시 여러 번에 나눠서 거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만달러의 강세는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서 나타나는 미 달러 약세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2일 홍콩달러가 허용 가능한 강세 끝값(달러당 7.85홍콩달러)까지 오르자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달러를 매입했다. 이는 1983년 홍콩이 고정환율제인 ‘연환제’를 도입한 이후 최대 규모 개입이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5일 달러당 7.19위안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를 키우면서 달러 약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아시아 통화 강세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골드만삭스는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예금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NBC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는 관세를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무역장벽으로 후퇴한 아시아 경기가 향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만달러의 급격한 강세가 지속될 경우 대만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 OCB은행의 수석 외환 전략가 크리스토퍼 웡은 “대만 중앙은행이 최근 대만 달러화 강세를 용인한 것은 더 광범위한 정책 재조정을 반영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연방준비제도이사회 회의에도 쏠려 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완전히 완고한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대만 당국이 환율 안정화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미-대만 간 통상협상의 향방에 따라 대만달러의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대만달러의 급격한 강세는 글로벌 통화 시장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가 결합된 결과입니다. 대만과 같은 수출 중심 경제는 환율 변동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기업 실적과 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한국외환시장학회 김정현 교수
“대만 중앙은행의 개입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 심리가 이미 환율 절상 방향으로 기울어진 상황입니다. 향후 미-대만 통상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때까지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글로벌 금융분석가 마이클 왕
대만달러의 급격한 강세는 단기적으로 대만 수출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대만 간 무역관계 개선과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화에 따라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경제 기초체질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대만 경제부는 수출기업 지원을 위한 단기 대책을 마련 중이며, 중앙은행은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시장 안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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