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셰르 원전(Bushehr Nuclear Power Plant), 다음 체르노빌이 될까? 중동의 물 위기와 핵 공포가 현실로

이스라엘의 공습, 부셰르 원전도 포함됐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 전역이 새로운 위기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이란 남부 해안에 위치한 부셰르 원전이 공격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핵 재앙에 대한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월 19일 오전,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했다고 발표하며 부셰르 원전도 그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 시간 후, 해당 발표는 “실수”였다며 정정되었고, 실제 공격 여부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 같은 혼란은 부셰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경고, “체르노빌급 재앙”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은 이 사안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부셰르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에 참여한 러시아는 즉각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부셰르 제1원전이 공격받을 경우, 체르노빌에 비견할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했다. 그는 일부 전문가를 대피시켰지만, 핵심 인력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야 자하로바 역시 이스라엘의 공격 중단을 촉구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측 불가능하고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걸프 국가들과 더 가까운 원전

부셰르 원전의 위치는 이란 수도 테헤란보다 오히려 걸프 연안의 아랍 국가들과 더 가깝다. 오만,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은 이란과 좁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으며, 이들 국가의 수도와 주요 도시들은 부셰르에서 수백 킬로미터 이내에 위치해 있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은 원전 사고 발생 시 방사능 낙진이 국경을 넘어 확산될 가능성을 높인다.

SNS로 퍼지는 방사능 대피 요령

실제로 CNN은 오만에서 핵사고 발생 시 대처법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창문과 문을 봉쇄하고, 환기 시스템을 끄는 등의 행동 지침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공포가 아닌 실제적인 생존 대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레인과 UAE에서도 유사한 정보가 확산되고 있으며, 언론은 방사능 유출 시 대처법을 반복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식수 위기, 3일 안에 고갈될 수도

이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식수다. 걸프 국가들은 대부분 바닷물을 담수화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부셰르 원전에서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 이 바닷물이 오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카타르 총리 셰이크 무함마드 알사니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셰르 원전이 폭발하면 카타르 국민은 3일 안에 식수가 고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가 카타르만의 문제가 아니라 쿠웨이트, UAE, 바레인 등 걸프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메시지

이스라엘의 공습은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략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BC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려는 의도와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반응을 시험하는 성격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지만, 중동 내 미군 기지의 경계 태세는 강화되었고, 유럽연합은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란은 자국의 핵 개발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 경고, “물 부족이 핵보다 더 무섭다”

전문가들은 부셰르 원전이 실제로 손상될 경우, 방사능 낙진이 바람을 타고 걸프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환경 재앙을 넘어 정치·경제적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동 환경 전문가 나딘 알하산은 “이 지역은 물 부족이 상시적인 위기인데, 방사능 오염은 그 위기를 수십 배로 증폭시킨다”며 “원전 공격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걸프 지역의 약 6천만 명 이상이 바닷물 담수화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이 방사능에 오염될 경우 대체 수단은 거의 없다.

외교적 해법이 유일한 출구

현재로선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직접 충돌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제사회가 외교적 해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중재 의사를 밝혔으며, 유엔은 긴급 안보리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부셰르 원전이 또 하나의 체르노빌이 되지 않기 위해선, 군사적 긴장 완화와 핵시설 보호를 위한 국제적 합의가 절실하다.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 대가가 중동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