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대란의 전조? 이란-이스라엘 갈등으로 국제유가 130달러 돌파 ‘현실화’

7일 만에 7% 급등, 2년 만의 최고 상승폭 기록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국제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6월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7% 이상 급등하며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7.0% 상승한 77.16달러,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7.3% 오른 78.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 만의 가장 큰 일일 상승폭이다. 장중에는 WTI가 13.4%, 브렌트유가 12.9%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유가는 이스라엘의 선제타격 소식에 급등했다가 이란의 석유시설이 직접 타격받지 않았다는 소식에 상승폭을 줄였으나, 이란의 150발 미사일 보복 공격이 알려지면서 재차 반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 유가 130달러 현실화

전문가들은 갈등이 확전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120-13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자드는 투자자 메모에서 “그러한 시나리오는 배럴당 120달러 이상의 가격 상승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에 “장기간 차단”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추정했다. 더욱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 시 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SEB 은행의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 달 이상 봉쇄될 경우 브렌트유가 3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직격탄, 원유 70%가 위험

한국은 이번 중동 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2022년과 2023년 상반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전체 글로벌 해상 원유 교역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 안보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 공급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원료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중단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패닉, 안전자산으로 자금 대이동

유가 급등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코스피는 0.87% 하락한 2,894.62로 마감하며 6월 들어 이어진 상승세가 꺾였다. 코스닥은 2.6% 급락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1%대 동반 하락했으며,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1% 안팎 내렸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국제금값이 급등했다.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424.05달러로 전거래일 대비 1.61% 상승해 4월 22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도 0.3% 상승한 98.18을 기록하며 달러 강세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내림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10.9원 오른 1,369.6원으로 반등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 현실화

6월 14일 이란 의회 의원이자 이슬람혁명수비대 장군인 에스마일 코사리는 이스라엘의 군사·핵시설 공격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선언했다. 이는 이란이 실제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를 차단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사장은 “갈등이 이란 원유를 시장에서 제거한다면 유가가 배럴당 약 7.50달러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시장 관찰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봉쇄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으며 이란에게도 “순이익이 없다”고 보고 있다.


Brent 유, WTI 가격 변동

전문가 분석 및 향후 전망

에너지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단순한 일시적 급등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실행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의 21%에 해당하는 하루 2,10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이 중단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여유 생산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증산 여부가 향후 유가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전망으로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실행 여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결정 ▲미국 전략비축유 방출 규모 ▲갈등의 장기화 정도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된다면 국제유가는 130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