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핵심광물 전략적 비축 본격 추진
호주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광물의 전략적 비축을 본격 추진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2025년 4월 2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핵심광물 전략 비축 시스템 구축을 위해 12억 호주달러(약 1조900억원)를 초기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석유 등 전통적인 전략물자뿐만 아니라 희토류와 같은 핵심광물까지 비축 범위를 확대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시기에 호주가 핵심 광물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무역·시장 혼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주 정부는 핵심광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특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해 전략적으로 비축한 광물을 자국 내 산업과 주요 국제 파트너들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미중 갈등 속 핵심광물의 지정학적 중요성 부각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면서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통제 대상에는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 품목을 중국 밖으로 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공·처리 분야에서는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독점적 지위는 세계 각국에 공급망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호주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의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서, 이번 비축 전략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호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핵심광물 확보 경쟁 가속화
호주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차원의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가속화되는 흐름 속에서 이루어졌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EU 역시 2023년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제정해 역내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2023년 경제안보추진법을 시행하면서 핵심광물을 포함한 전략물자의 안정적 공급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2023년 핵심광물 안보지원 특별법을 제정해 핵심광물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각국의 움직임은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과 첨단기술 산업 경쟁이 심화되면서 핵심광물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략적 비축의 구체적 실행 계획
호주 정부는 핵심광물 비축 시스템의 구체적인 설계와 실행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전략 비축을 본격 개시할 예정이다. 비축 대상 광물은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첨단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축 방식은 직접 매입과 함께 특정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옵션 확보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비축된 광물은 자국 내 산업 발전과 함께 주요 국제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공급될 계획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한 물리적 비축을 넘어 시장 가격 안정화와 공급망 위기 대응이라는 복합적 목표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에너지 전환과 핵심광물 수요 급증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은 핵심광물 수요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40년까지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광물 수요는 현재 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재생에너지 설비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공급 부족과 가격 불안정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호주의 핵심광물 비축 전략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안정적 추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국제 협력과 공급망 다변화의 중요성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는 국제 협력과 공급망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일본, EU, 한국 등 주요국들은 호주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호주 역시 이들 국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핵심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3년 호주는 미국과 ‘핵심광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일본, 한국과도 유사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관계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 핵심광물을 둘러싼 국제 경쟁과 협력
핵심광물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과 협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호주의 전략적 비축 정책은 이러한 국제 환경 속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호주의 핵심광물 비축 전략은 단순한 광물 자원의 확보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이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는 중요한 조치입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호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 제인 윌슨, 호주 국립대학교 자원경제학 교수
호주의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핵심광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함께 새로운 국제 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무기화하는 상황에서, 호주의 전략적 비축은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호주의 핵심광물 비축 정책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 추구와 함께 국제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이 정책의 성공 여부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민간 부문과의 효과적인 협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