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역성장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하락
한국 경제가 2024년 1분기에 -0.2%의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로, 지난 2월 전망치인 0.2%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0.2% 이후 3개 분기 만에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1분기 역성장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 대형산불 피해,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등이 지목되고 있다. 특히 내수 부문에서는 전반적인 부진이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오락문화 및 의료 등 서비스 소비 부진으로 0.1% 감소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감소로 0.1% 줄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1분기의 역성장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시티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6%로 낮췄으며, JP모건체이스도 0.7%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0.5%로 전망했으며, ING그룹은 0.8%, 스탠더드차터드(SC)는 1%, BNP파리바는 1%를 제시했다.
국제기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라훌 아난드 IMF 한국 미션단장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관련해 “관세 조치 영향뿐 아니라 지난해 말 이후 한국의 정치 상황 변화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갈등이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진욱 시티 이코노미스트의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서로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는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올해 한국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한미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25%에서 10%로 낮아지더라도, 실효 관세 하락은 6.7%포인트(20.7%→14.0%)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 중 자동차와 부품이 34%를 차지하는데, 이들 품목은 여전히 25%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미-중 관세전쟁이 계속될 경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최대 2.3%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에서 내년 말 1.00%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재정정책과 금리 전망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재정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시티그룹은 한국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가 기존 예상했던 35조원에서 최대 50조원(한국 국내총생산의 1.9%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추경 규모가 늘면서 4개 분기 동안 약 0.38~0.77%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제출된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어, 6월 3일 대선 이후 들어설 새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시티그룹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도 수정했다. 기존에는 올해 5, 8, 11월에 0.25%씩 낮춰 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내년 2월과 5월에 추가로 0.25%씩 더 낮춰 최종적으로 1.5% 금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관세전쟁이 지속될 경우에는 내년 말까지 7회 인하를 통해 기준금리가 1.00%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제시했다.

향후 경제 전망과 회복 가능성
전문가들은 2분기부터 한국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김진욱 시티 이코노미스트는 “보다 강력한 재정정책이 이뤄진다면 미국 관세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더라도 2분기부터 오는 4분기까지 경제성장률(전기 대비 기준)이 0.4%에서 0.5%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 평균치인 0%보다 높은 수치다.
구체적으로 경제 심리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6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 관련 지출의 영향으로 국내 민간소비 부문이 반등할 것으로 예측된다. 건설투자는 올해 2~3분기에도 약세를 보일 수 있으나 설비투자는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출과 수입 등 대외 부문은 내년까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의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에 대해 “통상 갈등이 심해질지 약해질지와 재정정책을 통한 대응 등을 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한은 전망을 미리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29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갭을 무조건 재정으로 메울 수는 없다”며 ‘재정 만능론’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과감한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추이

정책 대응 시나리오와 효과 전망
- 추가경정예산: 최대 50조원 규모 추경 시 성장률 0.38~0.77%포인트 상승 효과 전망
- 금리 인하: 현재 2.75%에서 내년 말까지 최대 1.00%까지 인하 가능성
- 통상 협상: 한미 간 관세 협상 성공 시에도 실효 관세 하락은 제한적(6.7%포인트)
- 산업 지원: 자동차•철강 등 수출 핵심 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 필요

향후 전망
1분기의 역성장과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한국 경제는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며, 이에 대한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도입될 추가 경기부양책이 경제 회복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출처: 한국은행,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국제통화기금, ING그룹, BNP파리바, 스탠더드차터드)